"울밑에 선 봉선화야"…가을에 다시 듣는 가곡들

입력 2021-10-05 18:55   수정 2021-10-06 00:50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1920년대 나라 잃은 민족의 애달픈 마음을 어루만져주던 가곡 ‘봉선화’의 첫 마디다. 1920년 작곡가 홍난파가 바이올린을 위해 쓴 곡에 김형준 시인이 6년 후 노랫말을 붙였다. 선율은 단순하지만 서정적이다. 찬송가와 일제가 징집을 위해 작곡한 학도가 외에 민중의 감정을 대변한 노래가 없던 시절에 ‘봉선화’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박태준의 ‘동무생각’(1922)과 함께 한국 가곡의 원류로 손꼽히는 ‘봉선화’가 탄생한 지 올해로 101년째. 가곡축제들이 가을 공연무대를 풍성하게 채운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는 오는 8일과 10일 두 차례에 걸쳐 드라마콘서트 ‘굿모닝 가곡’을 선보인다. 예술의전당이 지난 8월 시작한 ‘우리 가곡 활성화’ 프로젝트의 두 번째 프로그램이다. 예술의전당은 8월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전국 음악대학 성악과 학생들을 불러모아 ‘대학가곡축제’를 열었다.

이번 무대에서는 100년의 가곡 역사에서 손꼽히는 작품 28개를 골라 드라마 형식으로 엮는다. 홍난파의 ‘봉선화’, 박태준의 ‘동무생각’과 ‘오빠생각’ 등을 비롯해 ‘비목’ ‘아름다운 강산’ 등 주요 작품을 시대별로 나눠 부른다.

한국 가곡의 정수를 들려주기 위해 다양한 예술가들이 뭉쳤다. 배우 김명곤이 변사 역을 맡아 가곡을 해설해주며 이해를 돕는다. 국내 성악계의 대표주자들이 무대에 오른다. 스페인 아라갈 국제콩쿠르 우승자인 소프라노 박미자, 푸치니 국제콩쿠르·밀라노 국제콩쿠르 등을 섭렵한 바리톤 고성현, 뉴욕 메트로폴리탄·영국 코벤트가든·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등 세계 3대 오페라극장에서 주역으로 활약한 테너 김우경 등 8명의 성악가가 열창한다. 지휘자 김광현이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반주하며, 노이오페라합창단이 코러스로 가곡을 한층 풍성하게 들려준다.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가곡 탄생의 역사를 무대에 선 변사가 해학적으로 풀어낸다”며 “중년 세대엔 추억을, 청년에겐 우리 민족의 감성을 되찾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도 14일 한국 가곡 중 명곡을 열창하는 ‘우리 가곡의 밤’이 열린다. 1950년대 한국 가곡의 성장기를 이끈 ‘보리밭’ ‘그리운 금강산’과 ‘산아’ ‘첫사랑’ 등 1980년대 우리 가곡의 전성기를 빛낸 작품 등 15곡이 연주된다.

김경희가 지휘하는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아리랑 환상곡’과 ‘남촌’을 관현악곡으로 편곡해 들려준다. 소프라노 오은경, 테너 이영화, 바리톤 한규원 등이 무대에 오른다. 성남아트센터 관계자는 “우리 가곡은 독일의 ‘리트’나 프랑스의 ‘멜로디’에 비해서도 예술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우리만의 심상을 우리말로 풀어낸 대표곡 15가지로 한국 가곡을 되짚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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